두근두근 프리큐어 후기

퓨키 2021. 4. 29. 09:54

한 보는 데 3일 걸린 것 같다
마나의 악인 실드는 이미 스포일러로 알고 있었으니 딱히 짜증은 느끼지 않고 봤음. 하미 때는 '왜 저 지랄인가' 하면서 봤다면 마나 때는 '지가 저질렀으니 책임지겠지' 하면서 봄

결론은...
1. 진심 일본 애니에선 "대단해", "귀여워", "맛있어" 금지시켜야 할 듯. 맨날 툭하면 저런 말이 한 화에 몇 번이나 나옴. 중학생이라 아직 겪어본 게 적어서 그런가?
2. 요정 에피소드랑 큐어 다이아몬드(with 번개 맞고 기억상실증 상태인 이라) 에피소드가 제일 재밌었음. 그거 외에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남
3.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줄곧 관종 사랑병 환자인 마나의 하렘을 지켜보고 있던 느낌... 히비키가 후반 성모화 전개였다면 여긴 아예 처음부터 얼티밋 마나 모드인 클라이맥스로 시작함
4. 안 돌아갈 거면 트럼프 왕국 왜 살렸냐
5. 화력 몰빵하느라 후반 비중 큐어 하트에게만 쏠리고 나머지 증발함. 친구랑 함께 세계 지키는 거 아니었음?



세부적으로 인물에 대해 하나씩 뜯어보자면
일단 마나...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관종 맞는 것 같음 (관종 특징이 원래 스스로 관종인 줄 모름)

길 걷는 할머니 짐 옮겨드리기나 미아 찾기까지는 괜찮지만 너무 자진해서 이것저것 오지랖 부리고 다님.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자립심을 기르지 못하고 마나에게 의존하게 됨. 완전 '곤란하면 도와주는 마나 마마' 같은 전개. 본편에서도 말이 나왔지만 아마 지코츄 만들고 다닌 실상 원인은 얘가 아닐까 싶음

큐어 하트란 이름이 있다 하더라도 애가 무슨 애정결핍에라도 걸린 건지 너무 사랑에 집착함. 옛날 애니라 그런가 여캐들이 툭하면 성모화하는 전개가 프리큐어에 많이 보이던데 프리큐어가 선과 악의 구분을 흐트러뜨리면 결국 프리큐어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거라 생각함. 권선징악이란 말이 왜 있는 것이며 구분 경계가 그렇게 모호할 정도라면 애초에 나쁜 짓을 하는 데도 불쾌해 할 이유가 없음. 다 사랑으로 감쌀 일이지

얘가 겉으로 보기엔 뭐든 만능인 퍼펙트 걸 같이 보이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 남의 마음 전혀 신경 안 쓰는 애임. 애초에 남 돕는 것도 지 꼴리는 대로 하는 거고 (선행 자체는 건들지 않지만 너무 오지랖이 큰 게 문제) 폐허가 된 트럼프 왕국을 보고 지켜야 할 백성과 왕녀를 잃은 마코토의 사정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그래도 난 레지나가 좋다며 사랑병 발작을 함. 마코토가 등을 돌리는 것도 당연한 건데 바로 옆에서 "많이 화났겠지...?" 하는 건 진심 사랑밖에 감정 못 느끼는 소시오패스 같았음. 작중에 지코츄 간부들이 큐피랍빠를 지코츄로 키워서 적으로 돌리려는 전개 있었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마나를 지코츄로 만들었어야 했음. 지코츄의 자질도 센 애라서 박빙 승부 볼 수 있었을 건데

그리고 프리큐어 내에서도 독보적인 하렘왕... 가장 먼저 곁에 있던 릿카(feat. 정실 부인)부터 시작해서 아리스에 마코토에 아구리에 레지나까지 마수의 손을 안 뻗힌 데가 없음. 이게 전연령가가 아니라 15~19금의 씹덕 전개였다면 벌써 친구들 후리고 다녔을 모습이 눈에 선함

릿카는 평범하게 상식인에 착한 애였음

아리스랑 아구리는 꺼라위키에 무슨 "부잣집 딸내미고 너무 완벽해서 감정 이입이 안 되네", "초딩이 선배들한테 대드네" 같은 꼰대같은 소리하고 있었는데, 아리스는 처음부터 완결형 캐릭터에 그냥 착하고 순진한 아가씨였고 아구리는 시간 제한 패널티가 있긴 했지만 그만큼의 실력이 있어서 애들의 목적 의식과 나아갈 방향을 이끌어줬고 무엇보다 아코 마냥 틱틱대며 굴진 않음. 다도하는 할머니 밑에서 자라서 그런가 예의바르고 꼬박꼬박 존댓말에 학교에선 평범하게 단체활동에도 참여함. 아코가 애새끼였다면 아구리는 애늙은이. 다만 프리큐어 조항 중 '프리큐어는 항상 숙녀여야 할 것' 은 이해가 잘 안 갔음 ㅋㅋ

마나가 한창 레지나에 대한 짝사랑을 불태우며 사랑병 발작을 일으키고 있을 때 이성적으로 "걔는 적의 딸이다. 우린 걔를 봐줄 수 없다" 라고 딱 잘라 말하는 릿카와 마코토와 함께 맘에 든 아이임. 그리고 갑툭튀한 건 어차피 캐가 귀엽기만 하면 사람들 크게 신경 안 쓰니 걱정 안 해도 됨 ㅋㅋ 결국 뭐다? 꺼라위키는 걸러라

마코토는 비록 마코토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후반에 전부 마나화된 거. 레지나가 일순 큐어 하트를 구해줬다 쳐도 여전히 킹 지코츄의 조종을 받고 있고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데 하도 마나가 사랑론을 내세우며 지랄하니까 뭔가 애들이 꺾인 느낌이 듦. 이게 제일 안타까웠음. 트럼프 왕국을 날려버린 것에 대해 분노 느끼는 것도 당연하고 원수 지간도 맞는데 개인적으로 마코토랑 아구리만은 끝까지 자기들 입장 고수하길 바랬음. 이 두 사람이 적을 처단할 생각을 꺾고 자신들도 사랑으로 받아줘야 한다 이렇게 간다 해도 실제로 이거 보면서 실천할 애들 많지 않을 건데. 정서상의 교육 목적이 반드시 들어가는 아동 애니 특성상 애들이 오히려 가해자한테 당해도 심하게 행동 못하는 무기력에 빠지는 애들도 나올 것 같음

그 외에는 뭐 차도녀 아이돌의 귀여운 갭 모에라거나 다비와의 콤비가 전부였으니 딱히 쓸 말은 없음. 그나마 트럼프 왕국 소속자로 처음부터 계속 나왔던지라 어느 정도 출연 분량은 있는 것 같다만 여전히 후반의 마나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레지나는 중간마다 잠사 백화되는 모습이 보여 "얘가 완전히 적은 아닐 거다" 라고 보여주기는 하는데, 이것만으로 앤 왕녀의 또다른 자아라고까지 알아차리긴 힘듦. 그나마 큐어 에이스는 앤과 좀 비슷하게 생겨서 '혹시?'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얘는 전혀... 트럼프 왕국에서 왕녀가 사용한 무기를 집어들어서 얘는 지코츄가 아니다란 복선이나, 로얄 크리스탈을 보고 반응하는 등 그런 것도 다 뒤에서 나온 거고...

그리고 일본 애니는 시청 연령 대상을 불문하고 로리캐는 하나씩 꼭 집어넣어야 한다는 로리 할당제라도 있음? 뭔 각 시즌마다 로리캐 하나씩은 꼭 나오네. 제작진마다 로리콤이 하나 정도 껴있나 봄.

볼 때마다 자꾸 사랑 타령밖에 안 나와서 스토리가 진부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음. 이건 모든 시리즈 해당. 그래도 어차피 주 시청 대상 연령층은 여아들이니 걔네들이 좋아하면 그대로 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