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큰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마치 별이라도 떨어진 듯한 소리와
겪어본 적 없는 큰 흔들림
격렬한 흔들림에 침대에서 떨어졌다
서둘러 테이블 밑에 숨어서
진동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성의 뒤편에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 Opening
"있잖아, 요우무. 이 구멍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지?"
"없었네요. 아마 어제 있던 진동으로 모습을 드러낸 게 아닐까요?"
"이 구멍은 깊을까?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모르겠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확실하군요."
"성의 뒤편에 이런 게 있었다니, 분명히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야."
"대단한 것... 말입니까?"
"성의 뒤편에 숨겨진 지하도... 거기에 있는 것이라면?"
"?"
"당연히 보물이잖아!"
"공주님... 아쉽지만, 아마 이건 묘지거나 오래된 저장고이지 않을까요."
"...묘지나 저장고라니, 요우무는 꿈이 없구나."
"꿈이라고 해도 말이죠... 아니 공주님? 뭡니까 그 차림은!"
"뭐냐니, 모험을 떠날 테니까 탐색용 차림이잖아. 이 정도는 해야지. 요우무도 헬멧 정돈 하고 오는 게 좋아."
"모험... 공주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하다고요!!"
"...그럼 혼자 갔다올게. 요우무는 여기 있어."
"예!?"
"...지하인데 밝네... 빛은 어디서 들어오는 걸까. 그렇게 낡아보이지도 않고, 적어도 묘지는 아닌 것 같아."
"고, 공주님~! 기다려 주시죠~!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요우무! 와 줬구나."
"전 집사니까요. 공주님과 동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은 공주님이 계시기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돌아오는 겁니다."
"요우무는 걱정이 많다니까. 걱정 마!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돌아갈 테니까. 약속해. 그럼 바로 모험의 여행을 떠나볼까! 렛츠 고~!!"
▶ 5 스테이지 클리어 후
"꽤 깊게 내려왔네. 성의 지하에 이런 데가 있었다니 놀랐어."
"후우...... 지쳤네요... 완전히 지쳐버렸어요. 이제 여기까지 하고 슬슬 올라가실까요."
"뭐어~? 벌써 지쳤어? 아직 막 내려온 참인데. 여긴 단순한 동굴이 아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보였거든. 이 앞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
"......하아... 전 반대로 뭐가 있을지 불안하네요. 공주님께 무슨 일이 생길지 생각하면 걱정돼요."
"괜찮아! 분명히 어떻게든 될 거야."
"하아... 알겠습니다. 공주님은 한 번 말을 꺼내시면 절대로 안 들으시니까요. 그 대신, 조금이라도 위험한 곳은 피하면서 갑시다. 안전이 중요하니까요."
"응. 알았어. 위험한 건 최대한 피하면서 갈게."
"최대한이 아니라,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정말이지 공주님은... 위기감이 부족하다고 하실까, 태평하다고 하실까..."
"요우무는 그렇게 너무 걱정하면 스트레스로 털이 빠질걸?"
"뭐라구욧!! 공주님이 걱정하게 만드시니 그렇지 않습니까!"
"미안. 요우무에게는 늘 고마워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이 방에는 책이 가득 있는 것 같아."
"정말 그런 것 같군요. 공주님은 책을 좋아하시니 신경 쓰이시겠죠."
"음, 그렇지만 전에 읽어본 책이 많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공주님은 독서가시니까요. 맘에 드는 책이 있다면 가지고 가도록 할까요."
"그래야겠어. 하지만 지금은 짐이 되니까 먼저 전진하는 걸 우선으로 할래."
"역시 가시는 건가요."
"물론이지! 그럼 출발. 이 성의 지하에 잠든 비밀이 날 부르고 있어!"
"안 불렀다고 생각하는데요~"
▶ 8 스테이지 클리어 후
꾸르륵... 꾸르륵... 꾸르륵... 꾸르륵...
"......"
꾸르륵...
"있잖아. 자고 있지만 말고 좀 일어나줘... 코골이도 시끄러워."
".....핫!? 공주님!! 전 안 자고 있었다고요. 더욱이 코골이라니... 절대로 안 골았습니다!"
"음... 하지만 아까부터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그건... 정말 부끄럽습니다만... 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어떻게 해도 진정되질 않아서 참 곤란하단 말이죠."
"뭐어~! 배에서 나는 소리였어? 그럼 빨리 말하지. 바로 밥을 줬을 텐데."
"아뇨... 제 사정으로 공주님께 폐를 끼칠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배에서 나는 소리가 더 신경쓰여! 꽤 걸어왔으니 한 번 쉬어서 밥을 먹고 갈까? 나도 배고프니까."
"오오... 공주님, 감사합니다... 그보다, 저희 먹을 걸 갖고 왔던가요?"
"아니... 하지만 괜찮아. 자 이거."
"...!!"
"아까 저기서 주웠어. 아직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공주님!! 한탄스럽습니다!! 공주님이나 되시는 분이, 떨어진 걸 주워 드시다니... 말문이 막힌다고요!"
"그치만~ 평소에 먹는 거랑 똑같이 생겼으니 괜찮을 것 같은데."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그럼 나만 먹을게. 요우무는 필요없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군요. 제가 먼저 독이 들어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정말. 먹고 싶은 거잖아?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데..."
냠냠... 냠냠냠... 냠냠냠냠...
"흐~음. 이건 꽤..."
"저기, 나도 먹고 싶은데. 남기면서 먹고 있어?"
".....핫!! 안심하시죠. 안에 독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아~ 진짜! 거의 다 먹었잖아."
"그건...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맛있었기에..."
"이제 됐어. 난 다른 거 먹을래."
"아니! 그럼 그것도 제가 독이 있는지 봐야겠군요."
"안~돼! 요우무는 당분간 식사 금지야."
"그럴 수가! ...공주님, 그것만은 부디."
"정말이지... 농담이야. 이것도 같이 먹자."
"오오... 공주님~ 감사합니다!"
"후후후...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이니까 밥은 잘 먹어둬야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불안하지만 그래도 힘낼 거야!"
"저도 부족하지만 함께 하겠습니다!" 냠냠냠
▶ 12 스테이지 클리어 후
"...어라? 요우무는 어디로 갔지? ...정말 곤란하다니까....."
푸드덕 푸드덕
"앗! 요우무!"
"공주님.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정말 걱정하게 만들지 마! 어디 갔다 왔어?"
"그게...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요."
"신경 쓰이는 거라니?"
"아뇨... 기분 탓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사람의 그림자를 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 확인해보고 온 참이었습니다."
"뭐!? 사람의 그림자라니...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누가 있는 거야?"
"그건... 확인해보러 갔습니다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기분 탓이리라 생각합니다."
"뭐야. 진짜 놀라게 하지 마... 그래도 좀 실망했어. 뭐, 이런 지하에 사람이 살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말고 누가 어딘가에 있는 걸까. 실은 다들 어딘가에 숨어있고 우리가 눈치 못 챈 게 아닐까. 왜... 아무도 없는 거지."
"공주님... 공주님의 심정은 아플 만큼 이해합니다. 공주님께선 줄곧 혼자서 열심히 살아오셨으니까요. 공주님은 정말 강하십니다. 언제나 긍정적이세요. 저는 언제나 감명을 받고 있답니다."
"요우무가 있어줘서야."
"그건 과분한 말이로군요. 공주님을 위해서라면 전 뭐든지 할 겁니다."
"고마워! 요우무. 이 앞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하면서 가자."
"물론입니다. 아, 그래도 슬슬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공주님."
"음... 나도 불안하지만 기대가 좀 더 커. 그러니까 아직 돌아갈 수 없어. 분명 이 앞에 뭔가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해."
".....공주님의 그 마음... 잘 알겠습니다. 어디든 가봅시다. 둘이서 함께 말이죠."
▶ 16 스테이지 클리어 후
"있지, 요우무."
"왜 그러시죠. 공주님."
"여기까지 와서 새삼스럽지만 요우무는 왜 같이 따라와주는 거야?"
"그건 집사로서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약속이기도 하니까요."
"약속? 나 그런 약속 했던가?"
"...공주님은 이 앞에 뭐가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역시 보물입니까?"
"음. 보물도 좋지...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이제 그저 이 앞에 뭐가 있을지 보고 싶을 뿐일지도 몰라. 내 기억 속의 무언가가 앞으로 가라고 하고 있어. 그런 느낌이 들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분명 이 내려온 지하에는 뭔가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대답을 공주님께서 찾으실 수 있다면 좋겠군요... 그렇지만, 여긴 어둡고 축축해서 제 몸에 곰팡이가 필 것 같네요. 푸른 하늘과 높게 뜬 태양, 제게는 그것이 보물입니다. 여길 나가면,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군요."
"나도 진짜 동감이야. 그걸 위해서라도... 좀 더 힘내자! 그럼 가볼까."
▶ 21 스테이지 클리어 후
"꽤 깊은 곳까지 내려와 버렸네... 조금 추운걸."
"......"
"요우무는 가방 속에 있고 털도 있으니까 따뜻하지?"
"......"
"미안해. 가방 속에서 답답하게 있게 해서. 이 광경은...? 확실히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기억나지 않아."
"......"
"혹시 요우무, 이제 와서 무서워졌어? 농담이야. 마지막까지 함께 해 주는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돌아갈 때도 큰일이네."
"......"
"돌아가는 건... 하룻밤을 지내고 나서 가자. 좀 지친 것 같아. 어딘가 쉴 곳은 없나... 응. 그렇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가자."
"......"
"이제 곧 최심부에 도달할 거야."
"......"
"응. 고마워. 요우무."
Ending #1 :: 우주에 떠 있는 푸른 별
최심부에 도착해, 오래된 자물쇠를 끊어내어 난간으로 나아갔다.
까만 공간과 왠지 그리운 감정이 드는 푸른 별.
공주님은 멍하니 그 별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엔딩 1을 보고 난 후 메인 화면
최심부에 와도 공주님은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고 있었고, 그에 대한 기억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이에 다시 기계 장치가 있던 21층으로 돌아가 보니 지금까지 지나온 곳 중 세 곳에 관련된 단서가 보였다.
뭔가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공주님은 다시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16층
14층
10층에 숨겨진 스위치를 모두 켜서
다시 21층으로 돌아와 기계를 작동시켜보니 돌아가기 시작했다.
방을 나서자, 좀 전까지만 해도 차 있던 물이 어느새 내려가 있었다.
직감이 이끄는 대로 숨겨진 통로로 이동하여
전송 장치를 발견해 기동시킨 다음
탑승
Ending #2 :: 지구 착륙
큰 굉음이 들리고 나서, 문을 열고 나오니
요우무가 그렇게도 바랬던 푸른 하늘과 수평선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뱃고동이 울리고 있었다.
엔딩 2까지 전부 보고 난 후 메인 화면
올 클리어
SECRET FILE 01 :: park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오늘도 이 광장에는 어린이들이 놀러와 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평온한 일상
하지만 지루하다고도 느껴질 정도의 일상은, 행복하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순조롭다.
바라건대, 이 나날이 언제나 변함없기를.
SECRET FILE 02 :: key
통지가 있던 시설 잠금 명령에 대해
조금 의문이 듦과 동시에 불안을 느낀다.
무언가 침입해 오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어떻게 됐든 그런 건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어이가 없다.
명령에 따라 모든 통로를 잠그기로 했지만
비상시에는 바로 열 수 있도록 열쇠를 숨겨두기로 했다.
SECRET FILE 03 :: insect
또다시, 공원에서 희귀한 곤충을 발견했다.
이번까지 해서 3번째다.
고운 색의 아름다운 나비이지만, 어디서 온 걸까.
외부에서 들어온 건가, 아니면 누군가 갖고 온 건가.
어찌 됐든 원래는 매우 드문 일이다.
나비는 아직 쌩쌩해서, 바로 날아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쉽지만, 여기서 살아가는 건 어렵겠지.
SECRET FILE 04 :: doctor
골목길을 걷던 중, 갑자기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역까지 가는 길을 알고 싶다고 했다.
요즘 들어 자주 보이는 차림이라 신경은 쓰였지만
아무래도 의료 관계자인 것 같다.
이 길은 확실히 역까지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왜 이렇게 샛길로 가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다음이 막차일지도 몰라"
그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 가버렸다.
막차... 란 무슨 의미였을까.
남자의 굳은 표정이, 강하게 기억에 남았다.
SECRET FILE 05 :: order
[마더]의 정지는 잔혹하다고 느끼지만
바른 선택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게 하면, 얼마 되지 않는 시간으로 모든 게 없던 일이 된다.
그 편이 좋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명령에 따르는 걸 주저하고 있다.
그들에 대한 불신감이 그 이유다.
만일을 대비해 재기동되도록 준비해두기로 했다.
잘 하면, 수십 년은 유지될 수 있겠지.
SECRET FILE 06 :: book
도감을 늘려달라고 소녀가 부탁했다.
최근 자주 오는 손님이다.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곳에는 또래 아이들이 적어
항상 따분해하는 것이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어느 도감이 좋은지 물어, 새의 도감을 주문하기로 했다.
여기선 진짜 새를 볼 기회가 없어서인지 그녀는 아주 강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SECRET FILE 07 :: replica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님이 적은 미술관.
그 전시물이 사본이 아님을 알게 된 건 전의 일이었다.
수천만에서 수억도 하는 여러가지 미술품
그것이 경비나 보안도 거의 없는 채로 걸려 있어 훔치려고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나...
조금 걱정이 들었지만, 곧 그것이 쓸데없는 오지랖임을 깨달았다.
훔쳤다고 해서, 결국 어디에도 들고 갈 수 없을 테니.
SECRET FILE 08 :: fishing
실험에 사용된 물고기는 격리되어, 문제가 없으면 방류시킨다.
물고기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이 세밀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격리중의 물고기에 한해 낚시를 하는 게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장소.
그곳이 이 실험실에 인접한 지하 저수지.
실험에 쓰였다고는 하지만, 보통의 물고기와 별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경 쓰이는 점도 많다.
아직까지는 부분적인 비대화 정도였지만.
SECRET FILE 09 :: problem
품종 개량이나 맛의 향상 등
본래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실험에 시간을 너무 낭비하고 있다.
전날에 있는 통지는, 대체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모두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용도가 어쨌든, 연구가 고비를 맞이한 지금
모두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한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SECRET FILE 10 :: driver
오늘 아침, 출근과 동시에 해고를 통보받았다.
정기 버스는 통행을 종료했다고 하지만
갑자기 일을 빼앗긴 나에게 있어선 조금 납득이 되질 않았다.
아마도 다른 쪽으로 배치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건에 대해선 아무런 연락도 없다.
생각하고 있어도 어쩔 수 없으므로, 휴가를 공원에서 보내기로 했다...
벤치에는 그 나비가 앉아 있었다.
SECRET FILE 11 :: weight
새를 기르고 싶다, 매일마다 딸이 졸라온다.
하루종일, 도감을 보고 있던 시점에서 이렇게 될 거란 건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선 새를 기르기 힘들다...
언제나 참고 있는 딸을 위해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
상사에게 물어봤지만, 역시 무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뭔가 대신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딸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SECRET FILE 12 :: impact
큰 충격과 함께 눈을 떴다.
격한 지진과 같은 흔들림이 이어진다.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지만 30% 정도의 구획을 폐쇄하여
응급 처치를 하기 위해 작업원이 나갔다.
시간과 함께 올라온 보고를 보고 있자니
일부 의심스러운 점을 깨달았다. 착각이라면 좋겠지만.
어쨌든 손상된 구획은 그대로 방치될 것이다.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내 어깨의 짐도 덜 수 있겠지.
SECRET FILE 13 :: luck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앞으로 한 칸 더 옆의 구획에 있다면 큰일났을 것이다. 너무나도 추웠다.
손상 구획의 환경을 유지하지 못하고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날 여기에 가둬두고 싶겠지만
그저 손가락만 물면서 마지막을 기다릴 생각은 없다.
한 번 뿐이지만 탈출할 찬스는 반드시 온다.
그때까지, 몸을 숨겨야 한다...
SECRET FILE 14 :: report
자금까지 해결이 곤란했던 일도
여기서는 대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개념은 불확실해서
공간에 따라선 시간의 흐름에 변화가 생긴다.
여기선 아주 작은 변화를 관측하기에 최적인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을 체감적으로 변화시켜, 인공적으로 발생시킨다.
그것은 역시 너무 비약되어 있고, 그저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진심이다...
본래라면 의료 목적의 프로젝트였을 터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것마저도 의심스럽다.
SECRET FILE 15 :: hiding
또 그 아이가 책을 찾으러 왔다.
전에 도감을 막 늘려준 참이었는데
거기에는 원했던 새가 실려있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새의 도감을 원하는지 물었더니
"이런 새" 라며 인형을 들어올렸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새의 인형, 요우무라는 새라고 한다.
아주 똑똑한 새라고, 기쁜 듯이 얘기해줬다.
요우무가 실려있는 도감을 주문해놓겠다고 약속했다.
SECRET FILE 16 :: wish
주임의 배려로, 딸을 위해 새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딸이 기르고 싶다고 말한 요우무라는 새.
연구 목적이라는 명목으로, 무리하게 가져오게 된 일이었다.
딸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기뻐진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임에게 머리를 들 수 없게 될 것 같다...
이 요우무라는 새는, 오래 살고 말을 잘 배우는 모양이다.
SECRET FILE 17 :: escape
많은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하기 위해서다.
엄청난 혼란이 생기고 있다.
사고가 원인이라고는 했지만, 실은 인위적인 일이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모두 피난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피난처에는 더욱 번거로운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인명을 무시한 결정에 분노를 느꼈지만
일부의 인간이 가진 권력이나 부의 앞에서는, 누구든지 무력할 뿐이었다.
SECRET FILE 18 :: bird
새가 나는 것을 봤다.
믿기지 않지만, 잘못 본 게 아니다.
하층 구역에 날아간 것까지는 확인했다.
뒤를 따라야 할지, 본부에 지시 사항을 물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임무를 계속 진행하면서 하층 구역에 발을 옮기기로 했다.
돌연, 할아버지한테서 들었던 새를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SECRET FILE 19 :: star
창문으로 별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고운 빛의 별들, 이상하게도 평온한 기분이 든다.
눈에 보이는 빛은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옛날의 것이었다.
딸의 병세도 요즘 안정되어 있어,
걱정하고 있던 부작용도 보이지 않는다.
내린 결정은 잘못되지 않았으며, 후회도 없다.
그러니, 앞으로는 나에게 달려있다.
SECRET FILE 20 :: fail
이 환경에서만 가능한 치료를 제공해왔다.
물론, 무상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연구에 참여할 필요가 있었다.
중력이 다른 이 환경에서만 실행할 수 있는 투약 치료
그것을 통해 그들은,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각각의 공간에 대한 의식, 시간의 체감 속도를 변화시켜
그것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을 관측하고 싶었다.
그러나, 강한 부작용으로 환각을 보는 사람도 많다.
아쉽게도, 이곳은 포기하게 되었으나
나는 어떻게 해서든 실험의 결과를 알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쓸 생각이다.
SECRET FILE 21 :: choose
피난 지시가 발령된 중에, 딸의 담당의가 불렀다.
의사의 말로는, 딸은 여길 떠나 살 수 없다고 했다.
이 특수한 환경에서만 실현 가능한 치료
그것으로 수명을 이을 수 있었다.
혼자서 여기에 두고 간다는 건, 절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지상에 돌아와도 딸은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SECRET FILE 22 :: file
DDLN사 소유의 궤도 연구소의 조사 보고서.
당시의 보고서에 의하면, 연구중에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여
전력 공급이 곤란하게 되어, 이주자 전원이 대피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복수의 증언이 있었다.
난치병 환자가 연명 처치를 위해 이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를 아는 사람은 이미 사망하여, 자료도 단편적이므로
진상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군사 기업과의 관계도 지적됐지만, 진위 여부는 불명이다.
콜로니는 사고의 여파로 지구 궤도를 크게 벗어나
조사는 사실상, 영원히 불가능하다.
SECRET FILE 23 :: hope
여기에 남기로 했을 때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행히도 마더는 바로 재기동하여, 문제 없이 가동되고 있다.
생명 유지 장치에도 문제가 없고, 식량과 물도 충분할 정도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만이 부족한 듯하다.
영원을 느끼는 공간이긴 했지만, 거기에도 끝이 다가왔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했다.
가능한 할 수 있는 대비도 마쳤다.
딸의 약의 부작용같은 증상은 걱정이지만...
그래도, 정말 요우무가 있어줘서 다행이다.
잠시 동안 딸의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면 좋겠지만.
결말을 지켜볼 수는 없겠지만, 나는 믿고 있다.
SECRET FILE 24 :: memory
뱃고동 소리에 눈을 떴다.
실물의 태양과 하늘, 그리고 끝없이 이어져 있는 바다.
가끔, 요우무가 즐거운 듯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 스토리 해석과 고찰
소녀가 살고 있던 곳은, 생물체가 좀처럼 살기 힘든 환경이었다. 거기에선 난치병을 앓는 환자도 많이 나와, 이에 대한 의료 프로젝트 관련으로 개발된 것 중 하나가 아마 마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의료 관련의 프로젝트라 보기엔 거리가 먼 연구들도 병행하면서, 연구진의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고, 전반의 화자인 한 연구원은 그럼에도 이를 인내하고 견딘다. 여기서 난치병 환자가 나오는 중대한 상황임에도 이런 묘사가 나오는 걸로 보아 상부는 처음부터 사람들을 살릴 생각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시설 잠금 명령이 내려졌다는 기록("명령에 따라 모든 통로를 잠그기로 했지만
비상시에는 바로 열 수 있도록 열쇠를 숨겨두기로 했다" 는 부분)과, 마더의 정지에 대해 갈등하고 있는 기록(생물을 관리하고 있는 곳에서 마더를 정지시키면 모든 생물은 죽게 된다. 즉 증거 은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상부에서 내린 시설 잠금 명령은 아마 "(지금은 소녀가 타고 있는) 콜로니의 폐쇄 명령" 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더는 생물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슬라이드 프린세스는 트릭을 풀어 "숨겨진 열쇠" 와 시크릿 파일을 찾아가는 게임이며, 단순한 실험 장비였다면 그냥 정지시키고 말았을 텐데, 화자인 연구원이 마더를 정지시키는 것을 왜 "잔혹하다" 고 느꼈는지 생각해봐야 함)
콜로니 내부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여 손상 구획의 환경을 유지하지 못해 눈이 내리거나 약 30%의 구획을 폐쇄하는 등 의료 프로젝트에는 점점 차질이 생겼다.
한편 후반의 화자인 소녀의 아버지는 연구를 하면서 새를 기르고 싶다는 딸의 소망에 양해를 구해보지만, 어렵다는 말에 대신 새의 인형을 선물로 준다. 간신히 허가를 받은 후에 새를 기를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새의 이름이 소녀가 가진 새 인형의 이름이기도 한 "요우무" 이다.
어느 날 원인불명의 사고로, 더 이상의 전력이 공급 불가능하게 되어 많은 사람들은 대피소로 피난을 갔다. 그러나 이는 우연이 아닌 인재였으며, 이 환경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없음을 이미 짐작하고 있던 상부에서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자기들만이라도 연명하여 살아가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을 치워버리고 은폐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이 사고도 어쩌면 상부에 의해 계획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환경 개척에 대한 완벽한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가만히 냅둬도 알아서 멸망할 곳을 굳이 특정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일부러 망가트릴 필요는 없기 때문)
피난 지시가 발령된 중, 소녀의 아버지는 담당의로부터 소녀는 지구를 떠나 살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딸을 혼자 두고 대피소로 갈 수도, 그렇다고 해서 지구를 떠나 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는 딸을 위한 연명 치료를 진행하기로 한다.
즉 소녀가 있던 곳은 "특수한 환경인 중력이 다른 우주에서 개인의 체감 시간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마더가 있는 콜로니" 였으며, 이 안에서 생활하며 약을 제대로 챙겨먹는 한 소녀의 수명은 늦춰질 수 있는 상태였다.
개인이 느끼는 체감 시간을 다르게 조정하여, 이론상으로는 영원의 시간을 살 수 있다고 하는 마더였지만, 그 결과를 확인해보기도 전에 이미 소녀의 아버지의 수명이 다한 상태였다. 개인의 체감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 뿐이지, 실질적인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던 것이다.
충분한 자원과 만일의 사태를 위한 대비, 최소한의 기능이 충족된 주거지에 숨겨진 기계 장치. 프롤로그로 보아선 어딘가에 불시착한 묘사로 보이나 첫번째 엔딩을 본 결과 아직도 콜로니 내부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콜로니가 움직이던 중에 발생한 충격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지하로 갈 수 있는 구멍" 이 생겼다는 걸로 보아, 소녀의 아버지가 "일정 시간이 되면 지구로 갈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하 내부로 갈 수 있는 통로는 소녀가 모르게 막아놓은 상태였을 것이며, 현재 "지구 궤도를 크게 벗어나 있는" 상태인 콜로니가 예정된 때에 맞춰 지구 궤도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면, 그 과정에서 충격이 발생하여 숨겨둔 구멍이 드러났을 수도 있다. 어떤 플레이어는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을 "딸의 난치병이 치료될 수 있는 미래의 의료 기술에 희망을 건 게 아니냐" 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소녀는 호기심에 친구인 앵무새 요우무와 함께 지하로 내려가는데, 거기엔 "자신이 읽었던 책이 가득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보인다" 라고 하는 걸 보아, 소녀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요우무는 지하에 내려가기 전부터 소녀를 공주님이라 부르며 함께 대화도 하고, 모험을 다니면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생전에 요우무가 딸의 대화 상대가 되어줬으면 하는 바램과 동시에 "어쩌면 마더의 효과로 본래 수명보다 더 오래 살아 딸을 지켜줄" 기대를 건 아버지의 마음을 상징한다. (혹은 실제로 요우무에게 그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다) 즉 요우무는 소녀의 아버지에게 있어 "마지막 희망" 이기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심부에 가까워질수록 요우무는 더 이상 소녀의 말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는 소녀가 약을 복용하는 중에 겪는 부작용인 환각에서 깨어나 현실을 자각한다는 묘사이다. 왜냐하면 요우무와 대화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소녀는 지하로 내려가면서,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딸을 살리는 대가로 연구에 참여했을 콜로니의 내부를 보며 마지막에는 자신이 지구 바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녀의 옷도 오프닝 때 입고 있던 하얀 원피스와는 다르게 모험을 위한 탐색용 옷이었다가 콜로니에서 밖을 보게 될 때 다시 하얀 원피스로 돌아오는 연출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봄) 실제로 살아있던 앵무새인 요우무는 소녀가 요우무를 기를 수 있게 된 당시 생물이 살기 힘든 환경과, 마더로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생명의 끝이 찾아온다는 것이 소녀의 아버지를 통해 증명이 되었기 때문에 이 요우무도 그렇게 오래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소녀는 "약의 부작용으로 환각에 걸린 상태에서 자신이 아끼던 앵무새 인형인 요우무에게 말을 걸어가며 혼자서 모험을 하고 있었다" 는 말이 된다.
이 고독하고도 힘든 현실 속에서도, 소녀는 마침내 전송 장치를 찾아 지구에 착륙한다. 조사 보고서에도 남아있는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 이 있다는 걸로 봐서 아직 그 땅에 사람들은 남아있었으며, 따라서 배도 돌아다닌다.
소녀는 의료 시설이 있는 콜로니를 벗어났으므로 더 이상의 연명 치료는 불가능하고, 그 안에 있는 동안 다 나았는지 알 수 없으며, 그 큰 배가 망망대해에서 전송 장치에 타고 있던 소녀를 발견했다는 묘사도 없다. 최심부 근처에서 아무 말도 없던 요우무가 전송 장치에서 나오자 가끔씩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이 요우무가 소녀가 본 마지막 환상이었는지, 아니면 마더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그동안 목숨을 연명하고 있던 살아있는 요우무인지 알 수가 없다.
소녀가 어떻게든 큰 배에 구출되어 소녀의 난치병에 대처 가능해진 미래의 시대에서 마저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게 되는지, 아니면 예측한 시간마저도 빗나가 여전히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살다 가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쪽을 상상하든 플레이어의 자유이다.
반면, 상부의 대피 명령에 따라 대피소로 이동한 사람들의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의료 환경 역시 한정된 상태에서 마더도 없는 난치병 환자는 사실상 생존 확률이 희박하며, 어딘가 생명체가 있는 별을 빨리 찾지 않는 이상 얼마나 살게 될지도 알 수가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버려진 거나 다름 없다.
하지만 소녀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볼 수도,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다. 당신의 세계에서 소녀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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