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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탈출 개발사에게 BGM 문의를 넣어봤다

하루는 일본 방탈출 개발사인 나카유비 사의 방탈출을 즐기던 중 'Valentine' 이라는 앱의 BGM이 너무나도 내 취향이어서 푹 빠져버렸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피아노음. 라이브로 직접 연주한 건지 작곡 프로그램에서 들리는 그 특유의 또렷한 음색은 아니지만 마음이 포근해지면서 안정되는 멜로디와, 해 질 녘의 교실이라는 배경, 그리고 거기서 좋아하는 사람의 사물함레 준비해둔 초콜릿을 몰래 넣어둔다는 풋풋한 청춘 스토리까지 어우러져 완벽한 3박자를 이루는 게임이었다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그 BGM을 찾아 소장하며 듣고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앱 내를 뒤져봐도 출처는 보이지 않아서 문의를 넣게 됐다

처음에는 간략하게 요점만 말하면서 정말 듣고 싶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렇게 보내두니, 사흘 후 답장이 왔다

"스테이지 내의 BGM은 모두 프리 소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곡명의 공개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AppStore 앱 설명란에 프리 소재 사이트 링크를 게시해두었으니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난 iOS가 아닌 안드로이드 유저였으므로 번거롭게 되기 전에 혹시 플레이 스토어에는 있을까 확인해봤더니, 없었다...

그래서 앱 이름을 구글링해서 들어가 보니 확실히 사이트 주소는 있었다. 그런데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나씩 들어가서 보니 자료의 양이 너무 많아 이걸 다 확인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릴 게 뻔해서 일단은 '피아노' 가 들어간 곡이었다는 것을 고려해 '피아노' 가 포함된 카테고리나 유사 카테고리로만 추려서 찾아다녔지만... 발견될 것 같지는 않고

그래서 다시 한 번 메일을 넣었다

요약하면 "곡명은 내가 알아서 찾을 테니 사이트 범위만이라도 특정해 달라" 는 징징글이었다


그랬더니 이렇게 답장이 돌아왔다

"BGM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개발팀을 총동원해서 음원을 찾을 수 있을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이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먹었다


여기서 나는 이 개발사가 정말 소통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게임 개발사가, 돈도 한 푼 들이지 않는 무과금 유저의 "BGM을 찾아달라" 는 부탁을 "개발진을 총동원" 하면서까지 찾아주겠다고 하겠는가?
거기다 편집 도중에 파일을 자기들이 사용할 이름으로 바꾸어서, 곡명 같은 건 이미 기억도 안 날 텐데도.

이 메일을 받은 후, 분발하여 조금 더 찾아보기로 했다. 이 BGM을 찾으면서, 갑자기 내가 한 것 위주로 방탈출 BGM들을 싹 다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다른 개발사의 방탈출 게임의 BGM들도 같이 찾게 되었다

그러다 다른 개발사에서는 'DOVA-SYNDROME' 이란 사이트에서 프리 BGM을 찾아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여기도 뒤적거리고 다녔다. 혹시나 내가 찾으려던 그 Valentine의 BGM도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다 11월 초, 다른 개발사의 방탈출 BGM을 찾던 중 우연히 얻어걸렸다. 게임 타이틀과 비슷한 'Valentine's Day' 란 곡이었다. 이 사이트는 유튜브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어 바로 작곡가 명을 검색해서 플레이리스트를 찾아보니 엔딩 BGM도 같이 걸리게 되었다

개발사에선 찾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지만, 내가 먼저 선수(?)를 쳐버려서 먼저 보고 메일을 보내게 됐다


그래서 혹시나 정말 내가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그 BGM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개발사에다 즉각 보고 메일을 보냈다

엔딩 BGM을 찾았던 건 위의 메일을 보낸 다음이어서, 급하게 추신을 덧붙였다


이렇게 나의 근 한 달간 이루어진 BGM을 찾기 위한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할 생각이었고 굳이 답장은 안 돌아와도 확인만 했다면 상관없었는데

도움이 안 되었다니, "어떻게든 찾아주겠다" 는 그 마음씨 덕분에 찾을 수 있던 거라고 해도 좋은데


끝까지 정직하게 답변이 날아왔다.
도움이 못 됐다고는 했지만, 오히려 성실함이 담긴 그 메일 내용을 보면서 정말 감동을 받았고, "앞으로 이 개발사는 끝까지 따라가겠다" 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BGM은 내가 프리 BGM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두 BGM을 남겨두고 이야기를 끝낼까 한다

https://youtu.be/89f5g6YZll0

北岡継理(키타오카 츠구리) - Valentine's Day


https://youtu.be/vw_tBwU-Kig

北岡継理(키타오카 츠구리) - Valentine's Da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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