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가 목에서 동그랗게 볼록 솟아올랐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옆으로 누우면 쏙 들어가고 나오면 톡 튀어나와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튀어나와 있어서, 어떻게든 해보리라 생각하고 피부과로 갔다
한 번 쨌지만, 안으로 들어가버려서 여기서는 못 뺀다고 하며 다시 꼬매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소개를 시켜줬다
그래서 좀 더 올라가면 있는 큰 병원으로 갔다
접수하고 대기하고 있자,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과는 외과였다
목에 뭔가 났다고 하니 초음파를 찍어보자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술 시간보다 초음파 찍으려고 대기 타는 시간이 더 길었음)
초음파를 찍고 보니, 그 볼록하게 나온 녀석이 더 이상 나갈 곳을 찾지 못해 옆으로 퍼지려고 하고 있었다
올라가서 설명을 들었다
절개해서 빼낼 건데 그 주변 피지선도 함께 없애줘야 재발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설명하자면 흔히 말하는 피지낭종인데 안에 피지가 든 주머니가 생기는 것이다. 피지선이 있는 한 없어지지 않는다. 녀석한테 먹이를 계속 공급하는 꼴이 될 테니
수술하겠다고 하니 바로 수술 준비가 시작됐다
그동안 난 처방실로 들어가 목에다 항생제와 마취 주사를 맞았다. 항생제 주사는 아프다고 들은 것 같은데 딱히 지금까지 기억에 남지는 않은 걸 보니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수술실 문 바로 옆의 벤치에 앉아 대기를 하는데, 대낮이었는데도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수술이 필요한 환자 말고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적막감이 아까 사람들로 바글거리던 로비와 초음파 검사실을 기다리는 줄에서 보인 왁자지껄함과 대비되어 싸늘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갔다. 제일 처음 눈에 보인 게 베개였는데 특이하게 지방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었다
옆으로 누워서 메스로 내 목이 열리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사각사각, 작업이 진행되는 사운드를 들었다. 이 낭종이 있던 곳은 목의 바깥쪽으로, 오른쪽 귓불이 있는 곳에서 뒤쪽으로 약간 아래에 있었다. 그러니 바로 귓가로 들려오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이 상황이 수술중인 게 아니었으면 ASMR이 따로 없었다
마지막에 주머니가 터져 피지가 흘러나왔다고는 하나 어찌저찌 잘 마무리되었고, 내 목은 철사같은 끈으로 단단히 묶여 방수 테이프가 붙여졌다. 오늘은 샤워를 하지 말고 두라는 말을 듣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도 수술을 잘 받았는지 아픈 건 없었고, 대신 그동안 신경 쓰였던 덩어리가 사라져서 속이 시원했다 (종양의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니 검사도 해본다고 했지만,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악성은 아닌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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