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
유능한 과학자 노아 레인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식해 널리 퍼트린 후, 모든 생물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자 하고 있었다. 그의 이 미쳐버린 계획에 휘말려버리게 된 이들의 행방과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 #1 살인귀의 집 (화자 : 노아 레인의 친구)
→ .....아프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여긴 어디일까? 누군가의 집인 것 같지만.
...그렇지, 나는 여행지에서 친구와 함께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강가에 텐트를 펴고 불을 피우던 중,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것이다.
마치 사이코스러운 게임에 휘말려버린 듯한 느낌이다...
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친구도 위험에 처해있을지도 모른다.
빨리 찾아내서, 어떻게든 탈출해야 한다...
-
차를 타서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어디로 가면 좋을까?
이건 악몽이 아닐까... 친구는 어디로 간 걸까...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범인은 대체 누굴까...
지금은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에서 멀어져야 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그 집이 있는 산을 내려가, 드디어 마을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응?
대시 보드에 사진이 끼워져 있다.
이건.....!?
친구가 이 차의 옆에서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차는 그 녀석의...!?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
먼저 경찰서에 가자.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
▶ #2 광기와 녹색의 연구소 (화자 : 어떤 연구원)
→ 여기는 어디? .....아무래도 장시간 잠들어 있던 모양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뒤에서 손수건 같은 걸로 입을 덮인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난 얼마나 잠들어 있던 걸까.
내일은 오랜만에 가족과 만날 약속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이제 그런 즐거움은 내게 남겨져 있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내일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일인지도 알 수 없다.....
미약하게 약품 냄새가 난다.
청소 도구가 어질러져 있는 이 방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창밖에는 그 외에도 뭔가 있는 것 같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무슨 목적으로 날 이런 곳에 끌어들인 걸까... 먼저 이 방을 빠져나가자.
다행히 인기척은 없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다.
어딘가에 탈출하기 위한 단서가 있지 않을까?
-
배에 올라타 탈출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 연구소는 육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섬에 있던 모양이다.
본 적 없는 바다의 색..... 어느 나라인지도 알 수 없다.
부모님은 건강히 계실까. 지금쯤 날 찾고 계실지도 모른다. 한시라도 빨리 만나서 안심시켜드리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흘러넘친다.
먼저 위치 정보를 토대로 근처의 육지를 찾아야 한다. 큰 마을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그 연구소에서 일어난 일을 공표하면 모든 진상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나를 납치한 범인과 그 목적, 연구소의 존재.....
그것보다도, 연구원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걸까.
그 사람들은 뭘 연구하고 있었던 걸까.
문득 섬을 돌아보니, 멀리서 하얀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
연구소의 창문 주변에서 빛이 보였다. 잘못 본 걸까...
.....!?
틀림없다. 거울로 반사하고 있는 듯한 작은 빛이 불규칙하게 보인다.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
난 다시 앞을 돌아보고, 속도를 올렸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 #3 차가운 지하실 (화자 : 여자 연구원)
→ 바닥이 차다. 창문은 없다.
어딘가의 지하실인 걸까.
억지로 만들어진 듯한 생활감이 보이는 방.
......
아무래도 나는 좀 전까지 일을 하고 있었나 보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고, 몸에 약품 냄새가 남아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는 어떤 나라의 외딴 섬에 있다.
거기서 어떤 식물의 연구를 하고 있다. 여기도 섬의 시설인 걸까?
본 적은 없다. 동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엔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잡혀온 걸까. 그 목적은 무엇일까.
요즘, 연구 방침에 대해 소장과 말다툼을 했다.
내가 조직에게 있어 눈엣가시같은 존재인 것일까.
설마 그럴리가.....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있을 수 있는 나는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줄곧 일만 해왔던 탓이겠지.
파트너도 없고, 가족과는 소원하다.
날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한시라도 빨리 여기를 뜨자.
그 식물을 악용하려 하는 조직을 멈춰야만 한다.....
-
엘리베이터를 기동해 지하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익숙한 광경, 가득한 식물. 여긴 역시 내 직장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사라져버린 연구원들이 걱정이지만, 더 이상 여기에 있어선 안 될 것 같다.
뭔가의 음모에 휘말려버린 걸까.
이 연구소가 외딴 섬에 있는 건 알고 있다. 분명히 선착장에 피난용의 보트가 있었을 것이다.
먼저 거기에 가보자.
.....보트가 없다. 누군가 타고 가버린 걸까.
갑자기, 고독의 파도가 밀려온다. 어떻게 하면 좋지.
지금, 뭘 해야 할까..... 가지고 있던 손거울을 하늘에 비춰봤다.
SOS의 사인, 이런 걸로 살 수 있다면 고생은 안 하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흔들어본다.
그때, 멀리서 일직선으로 작고 하얀 파도가 일고 있었다.
▶ #4 폐쇄된 창고 (화자 : 전직 해병대원인 존 린드버그)
→ 눈을 뜨자, 네모난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면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었고, 콘크리트의 벽과는 대조적으로 선명한 색을 띄고 있었다.
"왜 난 여기에 있는 거지?"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을 억제할 수 없었다.
"이건 꿈인가..... 아니, 그렇지 않아."
후두부의 통증이, 이것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폭행당해, 끌려온 것이겠지.
".....생각났다."
나는 어떤 생물 병기에 관한 정보를 어떤 나라에서 입수해, 배를 타고 이동중이었다.
직업 특성상, 내 주위에는 적이 많다.
군사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어서, 몇 번이고도 위험에 노출되었다.
사생활은 없는 거나 다름없다.
외국을 돌아다니며, 마치 여행자처럼 살아왔다.
이번같은 실패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존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석양이 지고 있다.
먼저, 눈앞에 있는 창고같은 건물에 들어가보자.
틀림없이, 누군가에 의해 나는 목숨을 건진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감시당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인기척도 없다.
납치의 주모자에게 뭔가 트러블이 발생한 것일까.
그렇게 되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한시라도 빨리 빼앗긴 정보를 돌려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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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를 조종하여 탈출할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해병대의 경험을 살리게 되다니..... 모두 신에게 감사할 일이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서서히 기체의 고도를 올렸다.
그 창고는 산 깊숙한 곳에 있어, 마치 사회에서 격리된 것 같았다.
적에게서 도망치며, 숨는 듯이 살아온 나같은 존재인 건가...
이대로 목적지도 없이 날고만 있으면 연료를 낭비하게 된다.
산기슭으로 향해, 강을 따라가면 뭔가 보일지도 모른다.
"저건...!?"
작은 불빛이 보였다.
산중에 한 채의 집이 덩그러니 있어, 그것은 등대처럼 날 이끌고 있었다.
저런 곳에 협력을 요구할 순 없지만, 지금 내겐 희망의 빛이었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계속 가보니 마을의 불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저 마을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빼앗긴 정보는 대체 어디에.....
그때, 맹렬한 속도로 마을을 향하는 한 대의 차가 보였다.
▶ #5 사로잡힌 탑 (화자 : 조직을 배신한 전직 연구원)
→ 얼마나 잠들어 있던 것일까.
조직의 연구탑에 잠입했지만, 아무래도 잡혀버린 모양이었다.
기억을 정리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지하에 있는 창고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분위기 탓인지 조금 겁을 먹을 뻔했다.
하지만, 내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조직의 실체에 대해, 진상을 밝힐 증거를 모아야만 한다.
나는 조직을 배신한 사람이다.
연구원이었던 나는, 생물의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근무하는 연구소는 흡수 합병이 되어, 어떤 제약 회사에 인수당했다.
조직 재편과 함께, 내 업무는 사실상 [생물 병기]의 개발로 바뀌어버렸다.
내 연구는, 나의 자식과도 같은 것이다.
내가 인생을 바쳐 한 연구가, [미래의 생물전]에 이용되다니,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괴롭다.
팔에 주사흔이 남아있다. 어떤 약품을 투여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직이 얌전히 나를 집에 돌려보낼 리가 없다.
내 목숨도 오래 가진 못하겠지.....
한시라도 빨리 정보를 모아, 이 연구탑에서 탈출해야 한다...
음모를 백일하에 드러내어, 조직의 계획을 막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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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말 엔드 (자살한 스태프의 유서, 케미컬 X에 대한 문서만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손에 가진 걸 돌려받아야겠어."
입구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너에게 주입한 약물은, 곧 너를 변화시키겠지. 그건 말 그대로 신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탈력과 함께 모든 걸 깨달았다.
언젠가,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그 전에 이 정보를 공개해서, 적어도 함께 끝내버리고 싶다.
"네 생각은 알고 있다. 그걸로 우릴 흔들 작정이겠지만, 누가 네 말을 신용할까?"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강대한 조직의 앞에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인가.
"거래를 하자."
남자가 의외의 말을 했다.
"그 정보를 돌려준다면, 해독제를 투여해주지. 우린 앞으로도 절대 너에게 접근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네가 두 번 다시 이 나라의 땅을 밟지 않는 조건으로 말이지."
내게는 지킬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 위험을 감수해서까지 정보를 손에 넣은 것이다.
하지만, 목숨과 정보를 천칭에 건 순간, 나는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졌다.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난 천천히 두 손을 올려, 저항의 의사가 없음을 남자에게 보여줬다.
".....알았어. 도와줘."
"현명한 판단이다."
남자는 내가 모은 정보를 손에 넣어, 익숙한 솜씨로 해독제가 든 주사를 놓았다.
"윽....."
"자, 공항까지 바래다 주지. 여권은 이미 준비해뒀다."
"......"
지금 내겐, 후회같은 감정은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연명한 기쁨도 없다.
그저, 무기력만이 내 몸을 채우고 있었다.
하늘에서 본 내 마을은, 어딘가 외롭게 보였다.
자연스럽게 흐른 눈물이, 새로운 주사흔을 덮어 감추려고 한다.
통증으로 울고 있는 게 아니다. 슬퍼서 울고 있는 것이다.
"잘 있어."
더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작별을 고했다.
▷ 트루 엔드 (자살한 스태프의 유서, 케미컬 X에 대한 문서, 과학자의 사진까지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충분한 정보를 모아, 조직의 연구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X 계획]. 인간을 시작하여 생물 전체를 대상으로 삼은, '경쟁을 없애기 위한 경쟁' 의 서막.
공포를 알고, 공포란 감정을 해방하여, 공포의 연쇄와 의식의 공유화로, 결과적으로는 생명의 자연 생식력을 끊어버리는 무서운 계획이다.
이 정보를 외부에 흘리면, 나도 조직도 그냥 끝나지는 않겠지.
내게는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내가 제정신으로 있을 시간이 더는 길지 않다. 그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른 아침의 찬 바람을 맞으며, 비틀거리며 거리를 나섰다. 눈은 한 곳을 향하고 있다. 어떤 출판사의 빌딩이었다.
인터넷 사회라곤 하지만, 아직 TV와 신문, 잡지의 영향력은 크다. 그 중에서, 신용할 수 있는 정보를 계속 펴내는 기업은 귀중하다. 저기라면 내가 얻은 정보를 중점으로 맞춰 기사를 써줄 것이 틀림없다.
"여기에 있던 건가."
돌연, 한 대의 차가 눈앞에 멈췄다.
"그 정보를 돌려받겠어. 그 대가로, 네 목숨은 보장하지."
남자는 조직의 간부였다.
"난, 목숨과 바꿔서라도, 이 정보를 세간에 공표해야만 해. 자연의 섭리를 파괴하려는 당신들 뜻대로 되게 두진 않아."
"그런가. 그렇다면 조금 강압적인 수단으로 대처하도록 하지."
다른 남자가, 내게 총구를 겨누었다.
.....이제, 여기까지인가.
그때, 엄청난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차의 엔진음이 들렸다.
쾅, 하는 큰 소리를 내며 눈앞의 차가 5~6m 정도 튕겨나갔다.
"빨리 타! 서둘러!"
부딪혀온 차의 운전자는, 머리에 상처를 입은 채로 그렇게 외쳤다.
조수석에는 다른 남자가 타고 있다. 그도 험악한 표정으로 어서, 라고 말했다.
"안심해. 우린 너의 아군이야."
두 사람의 차에 탄 나는, 달리는 차내에서 후방을 확인했다. 쫓아오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고마워, 난 전직 연구원이었어. 저 출판사에 향하는 중이야."
두 사람은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띠우고 있었다. 머지않아 도착하겠지.
사전에, 출판사의 사람에게는 연락을 넣어두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받아줄 것이다.
끼---익. 급 브레이크로 차가 멈췄다.
".....고마워. 다녀올게."
다음날, 내 고발 기사와 함께, 조직의 실태를 드러내는 여러 증거가 공표되었다.
조직은 업계 안팎으로 강한 비판을 받아, 경찰의 조사는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30명을 넘는 간부, 직원들이 체포, 기소되어, 조직은 실질적으로 해체되었다.
연일 이어지는 뉴스의 화제를 불러,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이지만, 잡힌 사람들 중에서 그 남자의 이름은 없었다.
나는 지금, 평온하게 살고 있다.
도움을 준 두 사람과는, 그 이후 만난 적이 없다.
다들, 어딘가에서 바라고 있겠지. 더는 두 번 다시,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 #6 슬픔의 병동 (화자 : 전직 해병대원이자 레인즈 No.4인 존 린드버그)
→ .....여긴 어디일까.
꽤 긴 시간동안 자고 있었나 보다.
마지막 기억은, 어떤 감염증에 대한 병원체 조사로, 회사의 감염 대책팀과 함께 남미로 향했을 때의 기내였다.
조사의 목적과 팀 멤버의 이름은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 이전의 기억은 더욱 애매했다.
마치 자신이 기내를 모체 삼아 새로 태어난 생명인 듯이, 편안한 엔진음이 기억에 기분 좋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몽롱하지만 기억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내 이름은 노아 레인. 나는 과학자이며 생명의 자연 생식력을 끊어버릴 목적인 X 계획을 주모하고 있다.
피험자들의 반란과 조우하여, 세간적으로는 계획이 좌절된 걸로 보이지만, 우리는 음지에서 활동을 재개하고 있었다.
그것보다도,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아마 병원의 영안실 같은데, 난 한 번 죽었다는 것인가?
여기선 먼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본부에 돌아가야 한다.
내 몸에 무슨 반응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정보를 모아, 이 시설에서 탈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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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 엔드 (병원 열쇠만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힘들었지만 탈출할 수 있었다.
특별히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목숨이라도 건져서 다행이었다.
난 이런 곳에서 쓰러져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어떤 고통을 이용해서라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내 목적은, 날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왼쪽 발을 디딘 그 순간, 눈앞에 백의의 남자들이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들의 손에는 구속구와 마취총이 들려 있어, 지금이라도 다가올 것 같은 분위기다.
"린드버그 군. 이제 끝내도록 할까."
".....? 난 린드버그가 아냐. 네녀석들한테 날 멋대로 할 권리는 없어!"
당하기 전에 해치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근처에 떨어져 있는 쇠파이프를 들어, 되는대로 휘둘렀다.
계속해서 쓰러지는 백의의 남자들의 피를 뒤집어쓰고, 강하게 뛰는 자신의 고동을 들으며,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것들. 왜 나에게 적의를 보이는 거지? 전부, 전부 부숴버리겠어."
그 후, 나는 병원에 불을 질러, 뭔가 무서운 것에서부터 도망치듯이 숲 안으로 발을 옮겼다.
"X 계획은 뭔데. 레인즈는 또 뭔데!"
도망친 것도 잠시, 해방과 자유라는 정신의 안도감과는 반대로 몸에서 통증이 극한까지 치달았다.
더는 외칠 기력도 없다.
내리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눈물이 자연스레 빗물과 섞여 흘렀다.
"난..... 대체 누구야....."
▷ 노말 엔드 (병원 열쇠, 노아의 ID 카드만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이거 놀랐는걸."
눈앞에 백의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천천히 시선을 위아래로 옮기고 내 전신을 훑는 듯이 보았다.
"안 됐지만, 네가 여길 나가면 곤란해."
어딘가 나와 닮은 분위기를 보이는 남자는, 내 몸에 대해 담담히 말하기 시작했다.
"넌 실패작이야. 과도한 혈압 저하와 의식 장애. 그 후로는 심폐 정지. 다시 숨을 쉬게 된 건 예상치 못했지만, 상부에 보고하기엔 곤란해서 말이지. 얌전히 한 번 더 잠들지 않겠나?"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 몸은, 남자의 기억까지 유전자를 이식받은 클론이라는 것을.
그리고, 부정하게 변화된 육체는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을.
남자와 나 사이에 무슨 차이점이 있다는 건가?
나에게 생존권과 인권은 없다는 건가?
목 안에서 차오르는 것, 팔의 저림, 사고의 혼란, 불안정한 정신...
난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러므로 오래 살고 싶다.
자신의 손으로 계획을 이어가고 싶다.
내 안에서는, 나와 같은 DNA를 가진 남자에 대한 증오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용서 못해..... 내가 복사본이란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네가 가짜란 가능성도 있을 거 아냐."
있는 힘껏 반론을 해봤지만, 남자는 전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조금 웃는 듯했다.
"팔을 봐. [04]라는 문신이 있지? 거기다 관리용의 바코드까지 있어. 넌 틀림없는 복사본이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절대로."
절망의 심연에 선 나는, 시설에서 얻은 메스를 들어 남자에게 향했다.
새빨간 선혈을 백의에 물들이며, 남자는 쓰러졌다.
"하아..... 하아....."
그렇게 크게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내 몸은 통증과 피로로 가득했다.
하지만, 한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 자신이 [오리지널]이 되는 거다.
남자의 시신 옆으로 걸어나가려는 순간, 난 뜻하지 않은 착각을 했음을 깨달았다.
시신의 팔에는 [03]이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 역시 오리지널은 아닌 듯했다.
아마 오리지널은 [레인즈] 간의 경쟁을 바라지 않겠지.
그러나, 어리석게도 나는 다른 레인즈가 증오스럽다.
"한 사람씩,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전부 없애버리겠어."
암흑으로 향하며 맹세한 그때, 뒤에서 한 총성이 울려퍼졌다.
▷ 트루 엔드 (노아의 ID 카드, 프로젝트 XX에 대한 문서까지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충분한 정보를 얻어, 조직의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병원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실험체의 수용 시설이다.
기분이 썩 좋은 곳은 아니다.
여기에는 많은 무연고의 건강한 젊은이들이 실려왔다.
물론, 내가 지시한 일이다.
그들은 레인즈가 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 끌려왔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불특정 다수의 그릇(육체)이라 할 수 있는 변수의 격납된 오래된 데이터는, 오리지널의 것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즉, 외모는 다르지만, 나와 같은 기억과 의식을 공유하는 개체를 계속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내 몸의 소유자도 동일하게.
기억은 전부 되살아났다.
유전자에 의한 기억과 의식의 이식은 완전히 성공했다.
감각은 예리하게 다듬어져 있어, 사고와 판단력도 지극히 정상이다.
오히려 잘 다듬어져서, 지성은 더욱 세련되어 있는 것 같다.
나는 노아 레인의 복사본임에는 변함없지만, 과학자로서의 강한 긍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도 전율을 금치 못하고 있다. 04라고 새겨진 팔만 보지 않으면, 난 더없이 오리지널에 가깝겠지. 아니, 이미 오리지널이 한 명 뿐이라는 인식 자체가 틀린 것이다.
드디어, 같은 DNA를 가진 기억과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인간이 이 세상에 탄생한 것이다.
물론, 개량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 사실로, 유전자 채취 시점까지의 정보밖에 공유가 안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완전한 공유가 아니다.
이미 인위적인 영향이 미치는 범위를 벗어났을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계획을 성취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연구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내 존재로 레인즈의 탄생을 실현할 수 있던 건, 신의 허락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레인즈는 [XX(더블 엑스) 계획]의 중요한 열쇠다.
이 세상에는 구세주를 필요로 하는 많은 인간이 있다.
그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난 더더욱 증식해야만 한다.
공포의 연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7 거짓된 사원 (화자 : 레인즈 No.6인 리암 라스만의 아내인 유미코 라스만)
→ 오래된 목조 주택의 냄새와 향의 냄새가 콧속을 채우고 있다.
몇 번이고 맡은 적 있는 독특한 향.
그리우면서도 이상한 감각.
나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죽어버린 걸까.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뜨면서, 다리가 저린 것을 깨달았다.
양 다리의 구속구에서 느껴지는 금속의 차가움과 함께, 이것은 현실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했다.
적어도 나는 살아있는 것 같다.
.....남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여기에 오기 전, 우리 부부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
그다지 변화가 없는 풍경을 보면서, 꾸벅거리며 잠들면서 손에 쥐고 있던 여행의 팜플렛을 바닥에 떨어트려, 몇 번인가 그것을 반복할 쯤에 깊은 잠에 빠져든 것 같다.
자신의 의사와는 반대로 여기에 끌려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겠지. 더 이상 머릿속에 여행을 즐길 감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남편을 찾아, 집에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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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 엔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문 저편에서 발을 디딘 순간, 누군가에게 강한 힘으로 오른팔을 붙잡혔다.
"혼자서 도망치는 건가. 너 혼자서 어디에 도망치는 거지? 혼자서 뭘 할 수 있단 건가?"
칠흑의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부탁 드려요! 남편을 돌려주세요! 전 어찌 되든 상관없어요. 부탁이니 그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그렇게는 둘 수 없어."
"제발요... 부탁이에요..."
남자는 잡고 있던 오른팔을 한순간 놓았지만, 곧 힘을 다시 줘 날 꼼짝 못하게 했다.
그때, 목덜미에 주사같은 걸 맞아, 내 의식은 멀어졌다.
"왜 우리가....."
지하실의 천장이 천천히 좁아져 간다. 미약하게 보이는 빛에 손을 뻗지만, 더는 닿을 것 같지가 않다.
"부탁... 할게요....."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철창같은 문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철컹철컹하고 문을 흔들어보지만, 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남펴늘..... 만나게..... 해져....."
털복숭이가 된 두 팔은 이전보다 힘이 늘어난 것 같지만, 내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힘의 해방을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잠겨진 흑암 중에서, 난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배..... 고파....."
▷ 노말 엔드 (가짜 여권만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출구를 뛰쳐나왔을 때, 기세가 넘쳐 그만 넘어졌지만 상처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지금부터 난 어디로 가면 좋을까? 상처를 신경쓰면서 길을 걷는다.
통로의 양측에 이어져 있는 문의 안에서, 때때로 신음이 들려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때, 멀리서 들어본 적 있는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서둘러 뛰어가보니 새로운 방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철창 문의 안에서 남자가 울고 있다.
"왜 그러는 거야? 당신은 누구?"
"우아..... 아아..... 우....."
문 너머에서 가까이 오는 남자를 보고, 내 모든 감정이 몸속에서 차올랐다.
"여보....."
"우아..... 도, 도망..... 쳐....."
남편은 더 이상, 지금까지의 남편이 아니었다. 더는 구할 수 없다는 것도 이해했다.
그리고, 남편이 변한 모습을 보고 공포에 떠는 자신이 있었다.
다리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도망..... 쳐....."
끝없이 넘쳐흐르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난 비틀거리며 다시 출구를 향했다.
드디어 도착한 곳에서 엘리베이터를 타, 위로 올라갔다.
도망쳤다는 기쁨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그저 후회만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 트루 엔드 (가짜 여권, 추억의 사진까지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긴 통로를 달려가자, 드디어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한 번도 남편의 자취를 볼 수는 없었지만, 올라가면 혹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웃는 얼굴로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호흡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닫음 버튼을 눌렀다.
곧 문이 닫히려는 순간, 팔 하나가 틈새로 들어왔다.
"잠깐 기다려!"
들어본 적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긴장하고 있던 몸이 일순 풀어져, 동시에 눈물이 흘러넘쳤다.
".....다행이야. 무사해?"
"응..... 어떻게든 도망쳤어."
"정말 다행이야. 여기에 오기 전에 지도를 찾았어. 이 엘리베이터로 지상으로 나갈 수 있거든. 이야기는 나중이야. 같이 빠져나가자."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변하지 않은 풍경은, 마치 여행에 나갈 때 탔던 버스의 차창과도 같았다.
......
아무래도 나는 또 잠들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의 침대 위였다.
같은 병실에 남편의 침대도 함께 있다.
너무 지쳐있었는지, 큰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곳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왜 잡혀갔던 걸까?
우리에게는 어느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집의 침대가 그리웠지만, 지금은 아직 여기서 쉴 필요가 있었다.
물론, 경찰이나 병원 관계자에게는 사정을 모두 이야기했다.
곧 일의 진상이 밝혀져, 우리 같은 피해자가 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밖은 아직 어둡다. 나도 한숨 자야겠다.
▶ #8 공허한 교회 (화자 : 딸 메리 올센을 찾으러 온 아버지 제임스 영)
→ 내게는 죄가 없다.
검소한 식사를 즐기며, 고독하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면 그걸로 좋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인간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욕망을 채워줄 사람은 커녕 질투할 사람도 없다.
잘난 척할 능력은 없으므로 분노의 대상도 없다.
이 정도로 평범하고 무해한 사람이 달리 어디 있다는 걸까.
나에게 죄같은 건 없다.
이곳은 교회의 고해실이겠지.
장시간 잠들어 있었는지 아직 시야는 분명하지 않지만, 본 적 있는 곳이었다.
이 3개월 간, 나는 행방불명된 딸을 찾고 있었다.
여기에 끌려온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떨어져서 살고 있는 딸의 실종에 관련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딸이 납치당한 일, 이것이 유일한 죄일지도 모른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 딸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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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 엔드 (교회 열쇠만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밖으로 나가니, 눈 깜빡일 새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눈으로 몸이 덮여졌다.
어느 나라인지도 모를 순백색의 세계에서, 나는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어디서 어디까지 자신의 몸인지 마저 알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식어간다.
지친 게 아니다. 사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눈을 감자, 딸의 천진난만한 웃는 얼굴과 헤어진 아내가 떠올랐다.
딸은 건강히 잘 있을까?
"메리....."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해 마지않는 존재.
딸이 사라진 뒤로, 내 인생은 말 그대로 허무 그 자체였다.
"찾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아무래도 나는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나에게 죄는 없는데.
▷ 노말 엔드 (마차 바퀴를 달아둔 상태로 탈출할 경우)
→ 마차를 타고 밖으로 뛰어나가, 설원에 보이는 순백색의 숲으로 향했다.
조금은 눈보라도 잦아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간 건 좋지만, 길 상태가 좋지 않아 발이 잡힌 말은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얼어버린다. 나도 말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도와줬으면 하는 건 이쪽이었지만, 떨리는 몸을 쓰다듬으며 필사적인 마음으로 말을 격려했다.
그러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은 조금도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모터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깨달았다. 곧 그 음의 정체는 스노모빌이었음을 알게 됐다.
방한구를 착용한 장신의 남자가 거기서 내려오더니, 두터운 담요를 손에 들어 나에게 다가왔다.
"살아있나."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내 몸에 힘 있게 모포를 둘러, 반강제로 스노모빌에 태우려 했다.
"살았네..... 내게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말이지. 고맙구려. 내 이름은 제임스 영. 당신은 이 근처에 살고 있는 건가?"
남자는 묵묵히 핸들을 잡았다.
"내게는 딸이 있다네. 메리 올센이라는 아직 어린 여자아이지."
스노모빌은 쌓인 눈을 헤치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아내와는 헤어져서 말이지. 3개월 전에 그녀로부터 연락을 한 통 받았어. 딸이 없어졌다고....."
그 후, 내가 딸을 계속 찾고 있다는 말을 끝냈을 무렵, 드디어 숲 안에 있는 병원같은 건물에 도착했다.
"딸은 이곳에 있다."
남자의 말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설마."
한 번 죽다 살아나, 겨우 안도감을 느껴 냉정히 분석하는 것을 그만뒀지만, 지금 바로 이해가 됐다.
날 구한 이 남자야말로, 날 끌어온 장본인이었다는 것을.
"지금 당장 딸을 내놔! 난 어떻게 되든, 윽....."
목덜미에 주사기의 감촉이 느껴진 직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트루 엔드 (마차 바퀴를 달아둔 상태에서 방한구까지 소유한 상태로 탈출할 경우)
→ 교회 밖은 끝없는 설원과도 같았다.
불어닥치는 눈보라로 시야는 단순해져, 방한구인 니트 모자의 사이로 보이는 순백색의 터널은 이 설원이 어디까지고 이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들게 했다.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는 풍경에 난처해하면서, 생명의 위기로부터 멀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마차의 속도가 서서히 떨어졌다. 말의 초연한 뒷모습을 보니,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난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 번 타이밍을 맞춰 채찍을 휘둘렀다.
"앞으로 조금만 힘내주거라."
순백의 숲을 지나치자, 마을의 불빛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교회는 머나먼 저편으로 사라져, 마을에 접근함과 동시에 체온이 회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말의 상태도 좋아보였다.
"여기서 딸의 정보를 모아야겠군."
드듸어 마을에 도착하여, 가슴속에 숨겨둔 사진을 들고 딸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다.
유력한 정보가 없는 중에, 눈을 쓸고 있던 중년의 남자와 만났다. 그는 롱 코트 안에 청결감이 느껴지는 백의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딸을 찾고 있습니다만, 이 사진의 여자아이입니다."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띠우며, 익숙치 않은 손짓으로 삽을 지면에 박았다.
"저번 달이었나..... 길모퉁이에 있던 레스토랑에서 봤어. 키큰 남자와 함께였지."
딸은 이곳에 있었다.
"그나저나 당신, 말까지 데려오고 어디서 온 건가?"
"숲속에 있는 교회입니다. 누군가한테 납치당해서....."
그는 미간의 주름을 좁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런 곳에 교회는 없어."
남자와 헤어지고 자문자답을 반복했다. 그건 환상이었나? 아니, 확실히 있었다.
마을의 주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지어진 교회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보다, 딸의 생사 여부를 아는 사람을 만난 게 가장 중요하다.
몇 번 더 조사하고 나서, 이곳은 내가 사는 곳의 옆 마을임을 알았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편히 쉬도록 할까.
희망은 아직 남아있다.
▶ #9 어둠의 지하수도 (화자 : 전직 해병대원이자 레인즈 No.4인 존 린드버그)
→ 전신을 강하게 맞은 것 같다.
머리 위로 보이는 입구는 개폐 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봉쇄되어 있어, 거기로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무턱대고 몸을 던진 일을 후회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내 의식과는 반대로 몸이 먼저 움직이고 만다.
습도가 몹시 높고 춥다.
아마도 이곳은 지하의 수도 시설일 것이다.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뭔가에 이끌리듯이 여기에 도착했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좀 전의 충격으로, 의식이 혼탁해지면서 엄청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부트 캠프에서 땀을 흘렸던 기억.
선상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고 있던 기억.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창고에서 탈출한 기억.
병원의 수술대에서 잠들어 있을 때의 길고 끔찍한 꿈같은 기억.
자신의 몸을 결성하는 여러 정보가, 내가 사는 목적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문득 왼팔을 보니, 총탄을 입은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난 뭐에서부터 도망치는 걸까. 그리고 뭘 찾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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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 엔드 (지하도의 열쇠를 사용해 그대로 나아갈 경우)
→ 끝없이 이어진 어둠 속에서 내 몸을 지배하는 자의 괴로움이 절망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느낀다.
남자에게 있어 이곳은 진화의 종착점이기도 하며, 생명의 집착을 버릴 수밖에 없는 영원의 어둠인 것이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계속 두며, 세계를 위해 암약해왔던 내 일생은, 이곳에서 이 남자의 쓰라린 고통과 함께 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마지막 일은 꽤 위험했다.
필사적으로 손에 넣어, 조직에게 빼앗긴 어떤 나라의 기밀 정보인 [Anti-Lanes(안티 레인즈)]에 관한 정보.
조직의 연구 과정에서 생산된 [오브젝트 X]라 불리는 생명체를 기초로 만들어진 식인 아메바.
이걸 이용하면 조직의 거대한 모략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남자의 기억이 내 의문을 풀어간다.
Anti-Lanes(안티 레인즈)의 개발에 힘쓰는 연구 단체는 노아 레인의 조직과 표리일체였던 것이다.
위선적인 자작극. 난 보기 좋게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첩보 활동의 내용과 운반 루트, 연락망까지 그들은 모든 걸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난 뭘 찾고 있는 거지....."
이제 체력은 한계에 이르렀다. 후회의 어둠이 내 시야를 덮어간다.
▷ 노말 엔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광차로 탈출할 경우)
→ "기다리고 있었어. No.4"
지하도의 출구에는 백의를 입은 4명이 가로막고 있었다.
가슴에 있는 ID 카드에는 각각 No.5, No.7, No.8, No.9라는 문자가 보였다.
그들의 뒤에는 심하게 겁먹은 소녀 하나가 매우 슬픈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언니는 어디 있어?"
연약한 목소리로 소녀는 말했다.
"엘렌. 이제 곧 언니를 만나게 해줄게."
"응. 빨리 메리랑 만나고 싶어."
여기에는 조직의 피해자밖에 없다.
무익한 싸움은 피해야 하지만, 더는 돌아갈 수도 없다.
나는 폐광에서 찾은 다이너마이트 하나를 손에 들고 협박했다.
"거길 비켜주지 않겠어? 난 모든 걸 끝내야만 해."
조금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들은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우린 죽음이 두렵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함께 이쪽으로 다가왔다.
"너무 아파보이는 상처인걸. No.6은 정말 얘를 죽이려고 했던 거구나."
"그래. 그러니 그에게는 재교육을 시켰지. 실패로 끝났으니까."
"후후... 하지만 문제 없어. No.4의 재교육이 성공하면 만회는 될 거야."
"맞아. 실패도 소중한 샘플이지. No.4에게 기대를 걸자고."
눈앞에서 그들의 제멋대로인 대화가 펼쳐지고 있을 때, 소녀는 조용히 콘크리트의 요새로 사라져버렸다.
다이너마이트의 기폭 장치는 붙어있지 않았다. 불완전한 탓에 체력은 이제 한계였다.
나는 저항을 그만뒀다.
조직의 재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까. 어떤 괴로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상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하도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나는 다시 끌려갔다.
▷ 트루 엔드 (어떤 일본인 여성의 사진 획득 상태에서 광차로 탈출할 경우)
→ 몇 개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거치며,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동굴을 벗어났다.
그 지하 수도 시설은 폐광을 개량해서 만든 것이지만, 사실상 조직의 연구 과정에서 폐기된 실험체의 처리장이었다.
과학자들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조잡한 관리를 눈앞에 두고, 조직의 내부는 철저히 부패되어 있음을 인식했다.
지하 수도 시설부터 이어지는 지하도는 조직의 본부와 이어지는 비밀 입구로 되어있다.
육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길 아니면 정면돌파밖에 방법이 없다.
물론, 후자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 주변에는 깊은 숲이 있다.
숲에 북쪽은 North Lanes(노스 레인즈)라는 시골 마을이 있고, 남쪽에는 교육 센터라 불리우는 사원같은 시뮬레이션 시설, 동쪽에는 교회가 있다. 지하 수도 시설로 가는 입구는, 숲의 중앙에 위치한 병원의 근처에 있다.
숲의 서쪽, 그 대부분을 깎아지른 절벽에 둘러싸인 조직의 본부, 가야할 곳은 거기에 있다.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병원의 수술대에 잠들어 있던 때의 긴 악몽과도 같은 기억.
창고에서 벗어나 나는 또다시 조직에 붙잡혀, 정신을 차려보니 병실의 침대 위였다.
여러가지 약품을 투여당한 후, 나에겐 어떤 장치가 채워졌다.
몸속을 돌아다니는 노아 레인의 기억과 의식.
아무리 거절해도 어찌할 수 없었지만, 내 몸은 한 번 죽는 것으로 그것에 저항했다.
그리하여, 난 아직 자신에게 있어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하고,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노아 레인.
전부터 [Utna Pharma(우트나 파마)]라는 제약 회사의 간부였던 그는, 공포를 제어하여, 모든 생물을 지배하기 위한 병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생명의 자연 생식력을 끊어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납치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그들에게 덮어씌워, 스스로 증식을 거듭하고 있었다.
과학을 향한 사랑은 커녕, 인간으로서의 존중마저 버린 그의 폭주는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
내 이름은 존 린드버그.
이 몸은 노아 레인과 공존하며, 그의 기억과 의식을 이어받은 유일한 정의.
지금의 나를 움직이는 건, 몸 안에서 끝없이 끓어오르는 증오뿐이었다.
부정하게 변화된 육체는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만, 남겨진 짧은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이런 쓸데없는 일은 끝내야만 해."
불완전한 이 몸을 만들어낸 오리지널인 노아 레인을 말살하여, 이 손으로 계획을 저지해야만 하는 것이다.
"레인즈. 한 사람씩,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전부 없애버리겠어."
▶ #10 재생의 우리 (화자 : 전직 해병대원이자 레인즈 No.4인 존 린드버그)
→ 전부터 Utna Pharma(우트나 파마)라는 제약 회사의 간부였던 노아 레인은 미지의 병을 앓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몸을 이용한 여러 실험의 부담으로 인한 것인지, 그는 자신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우수한 과학자임과 동시에 생태계의 악한 변혁을 책모하는 위험 사상을 가진 인물이었다.
공포를 제어하여, 모든 생물을 지배하기 위한 병기를 개발하고 있던 그는, 생명의 자연 생식력을 끊어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납치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그들의 육체에 덮어씌워, 스스로 증식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는 적응한 피험체 중 특히 우수한 자들을 레인즈라고 칭하여, 그들을 지배 구조 변혁 후의 세계에 대한 각 지역의 통치자로서 사용하기 위해 조용히 관리하고 있었다.
긴 여정이었다.
한 번의 인생으로는 전혀 경험해볼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경험과 주어진 책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은 '속죄'가 되는 것일까.
아니, 이건 '복수'에 지나지 않는다.
분노로 떨리는 양팔이, 그건 자명한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다.
바람과 바람이 맞부딪히는 깎아지른 절벽의 고독한 성.
성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간소한 콘크리트 건물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고난과 비애의 인연으로 겹겹이 쌓인 그것은 말 그대로 성이었다.
여러가지 모략을 세워온 조직의 중심부는 이 안에 있다.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열린 문으로 들어가, 나는 흘러가는 듯이 조직의 심층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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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No.1 : 친구의 방 [Part.1 살인귀의 집, 획득 아이템 : 커터칼, 우정의 카드키]
"호출벨이 울렸다...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그 녀석이 아닌 다른 누군가다. 도와주러 온 걸지도 몰라. 통로 쪽에 배선구가 있을 거야. 그걸로 뭔가 도와줄 수 없을까..."
(방의 시점을 바꿨을 경우)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장에서 도망친 후, 마을에서 전직 해병대원인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의 정보를 기초로 조직 간부의 연구탑으로 향해, 전직 연구원의 고발을 도왔다. 하지만, 난 또다시 붙잡히고 말았다... 광기의 가면을 쓴 친구, 살인귀같은 악의 그 자체에게..."
(친구의 방을 탭할 경우) "전에 전직 연구원의 고발을 지원하러 갈 때, 내가 협력을 요청한 남자다. 살아있었나."
◈ Room No.2 : 연구자의 방 [Part.3 차가운 지하실, 획득 아이템 : 나무 막대기, 종속의 카드키]
"호출벨 소리... 항상 식사를 가져다 주는 사람은 울리지 않아. 미약하게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날 구하러 와준 걸지도 몰라."
(방의 시점을 바꿨을 경우) "연구소의 지하에서 올라온 후, 나는 선착장에서 홀로 덩그러니 서 있었다. 곧 등대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가 한 명... 그 사람은 소장이었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옥상의 헬리콥터에 타게 되어, 눈을 떴을 때는 이곳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이 방의 바닥도 차가워."
(연구자의 방을 탭할 경우) "안에는 백의를 입은 여성이 있지만, 그녀가 이쪽을 눈치챌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 Room No.3 : 배신자의 방 [Part.5 사로잡힌 탑, 획득 아이템 : 볼트 커터, 아주 작은 열쇠, 반역의 카드키]
"호출벨 소리인가... 별일이군. 미약하게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뭐라고 말하는지까진... 나를 도와주러 온 건가? 그렇다면 좋겠지만... 희망을 걸어보자. 그러고 보니 배선구를 쓸 수 있었지."
(방의 시점을 바꿨을 경우) "평온한 일상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내 방에서 제약 회사의 사건에 대한 기사의 정리를 하고 있던 중, 백의의 남자들에게 붙잡힌 것이다. 배신의 대가는 죽음이 아닌 생명의 재이용이다. 조직은 내 혼을 사로잡아 놓아주지 않는다."
(배신자의 방을 탭할 경우) "실내에는 남성이 있다. 전에 도움을 준 전직 연구원이다. 그도 여기에..."
◈ Room No.4 : 부부의 방 [Part.7 거짓된 사원, 획득 아이템 : 바코드 리더기, 자애의 카드키]
"호출벨의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남편이 돌아온 걸까? 아니, 들어본 적 없는 남성의 흐린 목소리. 날 밖으로 꺼내주는 거야?
(방의 시점을 바꿨을 경우) "사원을 모방한 수상한 시설에서 남편과 도망친 후, 눈을 뜬 곳은 이 방이었다. 일주일 전쯤, 남편은 어딘가에 끌려가버렸다. 그 이후로, 혼자서 외롭게 배급을 기다리며, 검사를 받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부부의 방을 탭할 경우) "실내는 병실인 것 같다. 동양인같은 여성이 있다. 그녀는 어디서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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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디야?"
영혼 이전 장치를 파괴하여, 무사히 메리를 살릴 수 있었다.
시스템 에러를 일으킨 영혼 이전 장치는 노아의 생명 유지 모드를 기동했지만, 엘렌은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정지시켰다.
유리 안에 든 노아는, 크게 눈을 떠 양손의 손끝을 움찔하고 움직였지만, 그 후 천천히 몸을 이완시켰다.
그는 메리를 기초로 만든 엘렌을 아주 귀여워하고 있던 모양이지만, 힘없이 죽어가는 사람에게 있어, 엘렌의 예기치 못한 행동을 이해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이곳에 있는 누구든지, 갈수록 패기를 잃어가는 과학자를 앞에 두고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나한테는 언니만 있으면 돼. 메리만 있으면!"
잠깐의 침묵 후, 갑자기 큰 경보음이 울려펴졌다. 아무래도 과학자의 마지막 발악인 듯했다.
비상 사태에 대비해 시설을 폭파시켜, 연구의 흔적과 함께 어둠으로 매장시킬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대로 물고기의 밥이 되어 사라질 순 없다.
만악의 근원은 끊겼다.
남은 레인즈를 말살하여, 지금부터 최후의 탈출을 계획해야 한다.
▶ #11 사이코스러운 탈출 (화자 : 메리 올슨<프롤로그>, 엘렌<게임 진행>, 노아의 친구<트루 엔드>)
→ "도와줘서 고마워."
영혼 이전 장치에서 해방된 나는, 중심부의 기분 나쁜 배경 속에서 녹아드는 듯이 서서히 존재가 사라져 가는 노아 레인을 살짝 보고 지나치며, 사이 좋은 자매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엘렌을 안았다.
조금 답답해하는 엘렌은 나에게만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잘 됐다. 언니."
남자로부터 현황에 대한 얘기를 요약해서 들어보니, 이 건물이 파괴될 위기에 처해있고 사태는 조금의 유예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다들 고마워. 난 살아서 아빠랑 엄마를 만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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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있는 건물 심층부에서 나열된 치료 캡슐들을 탭할 경우
노아 레인
→ "노아..... 왜 날 잡아온 거야? 모르겠어. 난 아직 어린 아이인데."
메리 올센
→ ".....에? 모르겠어. 나, 기억이 안 나... 내가 노아를..... 어쨌든 언니가 살아서 다행이야. 다시 함께네....."
No.2
→ "비었다. 여기 있던 사람은 누굴까?"
No.3
(에드가 무어, 슬픔의 병동에서 No.4인 존과 대치하다 사망)
→ "병원에서 처음으로 친해진 사람. 이제는 없지만 만나고 싶네."
No.4
(존 린드버그, 창고/병동/지하수도/재생의 우리의 화자이며 전직 해병대원)
→ "전직 해병대원인 오빠. 팔에 숫자가 쓰여 있었다. 괜찮을까?"
No.5
(조쉬 데이비스, 지하수도에서 No.4를 교육 시설로 납치한 4인 중 한 명)
→ "조용히 자고 있다. 기분이 좋아 보여."
No.6
(리암 라스만, 일본인인 유미코 라스만의 남편이자 병동에서 No.4인 존을 총으로 쏜 남자. 이후 지하수도의 실험 폐기실에서 관에 누워있는 상태로 확인되어 사망 확정)
→ "텅 비었다. 정말 다정한 사람이었다."
No.7
(샘 로버트, 지하수도에서 No.4를 교육 시설로 납치한 4인 중 한 명)
→ "푹 자고 있어..."
No.8
(칼리 파커, 지하수도에서 No.4를 교육 시설로 납치한 4인 중 한 명)
→ "잠자는 얼굴이 예쁘네..."
No.9
(아서 힐, 지하수도에서 No.4를 교육 시설로 납치한 4인 중 한 명)
→ "혼날 때 정말 무서웠어..."
-
▷ 배드 엔드 (치료 캡슐이 있는 위치에서 통로로 바로 나갈 경우)
→ 통로로 뛰쳐나가자 시설내의 보안 록이 다시 작동했다. 입구의 문은 폐쇄되어 있고, 중심부에 돌아갈 방법도 없다.
여기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어른들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 암담한 마음으로 침울해했다. 망연자실한 도망자들의 주변에는 붕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때, 메리가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웃음지었다.
"후후... 후후후후....."
가녀린 소녀에게서 유치함은 사라져, 터무니없는 정체불명의 괴물로 보였다.
"내가 하는 말을 듣도록 해."
".....언니, 알겠어."
어른들의 눈에서 희망의 빛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무래도 성공한 모양이군. 불편한 몸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적응할 줄은 전혀 몰랐어. 우리의 승리다."
그 남자의 영혼은 이미 이전되어 있었다.
여기에 서 있는 소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노아 레인이었다.
"너희에게는 어떤 장치를 걸어뒀다. 그건 어떤 종류의 감박성 장애와도 같은 것이지. 너희는 어디까지나 피해자. 너희들은 지금까지 사로잡혀, 우리가 준비한 계획에 따라 각각 공포를 극복해왔다. 하지만, 너희의 갈 곳에 우리가 도주로를 준비해두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때 처음으로 장치는 작동한다. 정말 도주로가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너희들의 공포는 가속해 정신을 붕괴시키지.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개체차를 잃어가는 거다. 슬픔과 증오같은 불순물에 존재 의의는 없어. 말하자면, 여왕 개미에게 따르는 일개미지..... 시간이 됐다. 그들에게 더는 의사가 남아있지 않아. 가자, 엘렌. 새로운 집으로."
노아는 서서히 문을 열어, 바람이 거칠게 부는 바깥으로 나갔다. 바다에는 그가 준비한 배가 정박해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깎아지른 절벽의 길을 나섰다.
▷ 노말 엔드 (케이블을 전부 장착하여 지하에 있는 통로로 탈출할 경우)
→ 허무감이 드는 피난 통로에는 발걸음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출구로 향하는 7명의 발걸음은, 쇠사슬에 묶인 철구슬을 끄는 듯이 무거워, 그것은 절대로 희망으로 향하는 행진이 아니었다. 너무 괴로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백의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이걸로 모두 끝난 걸까요."
멈춰서지 않고 길을 걷던 6명에서 점점 뒤쳐지더니, 곧 일본인 여자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것을 깨달은 백의의 여자가 온 길을 되돌아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괜찮으세요?"
"남편인 리암이, 돌아오지 않아요....."
뒤에서 중얼거리는 두 사람을 눈치채, 먼저 앞서가던 5명은 한 명씩 걸음을 멈췄다.
"당신의 이름은..."
전직 해병대원이었다던 남자, 존의 질문에 그녀가 대답했다.
"유미코라고 해요. 유미코 라스만. 일주일 전까지 남편과 둘이서 감금당했어요."
".....역시 그런가. 여기까지 오는 길에... 지하 수도 시설에서 당신의 사진을 찾았어."
존은 천천히 가슴에 달린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건네줬다.
"이건... 틀림없이 제가 맞아요. 제가 그이에게 보낸 거예요."
잠시동안의 침묵 후, 존은 조직의 병동과 지하 수도 시설에서 있던 일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즉... 그 사람은 레인즈의 No.6. 병동에서 내 왼팔에 총을 쏜 사람이야. 그리고, 재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나서 지하 수도 시설에..... 나도 레인즈 중 한 사람이지만, 노아의 계획에 대해선 불순물에 지나지 않아.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어....."
그 말을 들은 유미코는 무릎을 꿇고, 한동안 울음을 터트린 후 비탄에 잠겼다.
좌우의 벽과 바닥, 건물의 모든 곳에서 지진과 같은 중저음이 들렸다.
"시간이 없는 것 같군... 죄송합니다....."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듯이 전직 연구원인 남자는 중얼거렸다.
유미코는 백의의 여자의 어깨를 빌려, 7명은 아까와는 다르게 빠른 걸음으로 서서히 밝아지는 출구로 급히 이동했다.
7명은 피난 통로를 지나, 무사히 바깥으로 탈출했다.
앞장선 존에 뒤이어 절벽 아래의 선착장으로 따라가, 노아가 보유하고 있는 듯한 배에 탔다.
큰 파도를 일으키며 바다로 도망치고 나서, 잠시 후 배의 속도를 늦췄다.
"아빠랑 엄마를 만나고 싶어."
벤치에 무릎을 모으며 앉아있는 메리가 중얼거렸다.
"사태가 진정되면 네가 사는 곳으로 가자. 약속할게."
".....응."
모두 안도와 초조함을 느끼며 앉아있던 중, 무너지는 외딴 성을 선미에서 선 채로 보고 있는 백의의 여자가 있었다.
"정말..... 이걸로 모든 게....."
▷ 트루 엔드 (피실험자 리스트를 소유한 상태에서 지하에 있는 통로로 탈출할 경우)
→ "거기 서....."
피난 통로를 걸어나가기 시작한 시점에서, 뒤에서 남자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뒤를 돌아보자, 남자는 이쪽으로 총구를 겨눈 상태였다.
서서히 왼쪽 눈을 감아, 붉은색을 뒤집어쓴 것 같이 새빨간 오른쪽 눈을 깜빡이며, 남자는 떨리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노아 레인. 정말 끈질긴 놈이군."
전직 해병대원이었던 남자, 존은 냉랭하게 말했다.
"엘렌, 이리 오렴....."
노아는 굳은 미소로 엘렌을 향해, 조금 턱을 움직이며 재촉했다.
그 순간, 코에서 선홍색의 혈액이 뚝뚝 바닥에 떨어지며 작은 웅덩이를 이뤘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던 것이다.....
생사에 대한 경외의 마음은, 긴 연구 생활과 더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해 크게 바뀌어, 그의 생명 활동을 이어온 [집착]이라고도 불리는 말뚝으로 변화해, 그것이 지금 체내에서 폭발하려고 분출되는 중이었다.
생사를 잇는 운명의 도르래는 제어가 듣질 않아, 그 자체가 어둠의 심연에 떨어지려는 것을, 이제 그가 눈치채지 못할 리는 없다.
사로잡혀 있던 것은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노아, 이제 그만하지 않겠어.....? 더 이상 너와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는 건 보고 싶지 않아."
나는 타이르듯이 그에게 말했다.
미약하게 남아있는 우정의 잔재가, 동정을 끄는 듯이 내 입을 열게 했다.
"노아에게는 전부터 아내가 있었어. 하지만, 그녀는 불임 치료 끝에 정신병에 걸려, 자살하고 말았지....."
닥쳐, 라고 말하는 노아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말을 이어갔다.
"사실, 저 녀석에게는 생식 능력이 없었어."
한숨과도 같은 소리가 모두에게서 흘러나왔다.
"그의 아내는 생전에, 의료나 의식주의 지원 같은 국제 구조 활동에 종사하고 있었어. 하지만."
공기를 가르는 듯한 총성에 내 말은 끊어져, 다시 노아가 입을 열었다.
"닥쳐, 닥쳐! 닥쳐!!! 사랑하는 내 아내는....."
아까와는 다르게, 더 이상 팔은 떨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는..... 몸을 깎아가며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도왔다. 하지만, 출산이란 희망을 잃은 그녀를 누구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고....."
"그렇다고 해도 넌... 이런 건 잘못되었어. 거기다....."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그걸 알았을 때 그 사람의 참담한 표정이 지금도 뇌리에 선명히 떠올라. 난, 나는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이유야? 라고 말하며, 엘렌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내가 죽은 후, 난 그녀의 시신을 냉동 보존했다. 언젠가 연구를 진행해서, 아내를 만들어내기 위해. 설령 그것이 완전한 형태로는 불가능할지라도 말이다. 그 후, 난 적응성이 높은 메리를 눈여겨 봤다..... 그녀의 클론을 만들어 내어, 아내의 유전자 이식을 시도했다. 그것이 엘렌, 바로 너다....."
마침내 말하는 노아에게서 출혈은 더욱 심해졌다.
"그녀를..... 넌 엠마의 몸을 보관하고 있었던 거냐! 그런 일은 절대 용서될 수 없어!"
"아내를 몰아넣은 것들, 아내를 고생하게 만든 것들, 아내에게 손을 뻗어주지 않은 것들. 이 일그러진 세계 구조의 모든 것을 증오하여, 난 그저 다시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너무 이기적이야. 그런 건 안 돼. 넌 잘못되어 있어....."
한탄하는 내 앞으로 엘렌이 걸어나왔다.
".....노아. 당신은 나쁘지 않아. 난 충분히 당신에게 사랑받았어. 다만, 내가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뿐이야. 미안해요. 용서해줘요..... 당신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을....."
이상하게도 그녀의 표정은 자애로 넘치고 있었다.
"넌 대체..... 아니, 설마."
놀라서 중얼거리는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노아가 말했다.
"에, 엠마인가..... 아아, 그렇군. 너무 늦었잖아....."
천천히 다가가는 엘렌은 노아가 접근하자마자 그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총을 부드럽게 빼앗아, 순식간에 앞에서 그의 머리에 총탄을 꽂았다. 노아는 몸이 경직된 상태에서 천천히 바닥에 쓰러졌다.
놀라움과 황홀함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시신을 보고, 엘렌이 말했다.
"남편이 정말 폐를 끼쳤습니다. 메리, 그리고 오빠. 지금까지 고마웠어....."
기다리라는 모두의 제지하는 목소리는, 곧바로 한 발의 총성으로 사라져버렸다. 엎드려 쓰러진 엘렌은 노아의 시신에 가까이 몸을 붙여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아, 엠마..... 노아..... 난, 나는....."
"슬퍼하고 있을 시간은 없어."
존의 말을 듣고 난 정신을 차렸다.
".....미안해. 엠마는 내 여동생이야. 나도 노아와 같이 슬퍼하고 괴로워했어. 여동생이 죽은 지 3년이 되어가던 때, 노아에게 권유받아서 둘이서 캠프를 갔어. 노아는 아직, 여동생이 막 죽은 것처럼 괴로워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 녀석은 상심하는 마음에 다가온 날 속였어. 이런 하찮은 계획을 위해..... 모든 게 끝나면, 난 그를 추모하러 갈 거야."
붕괴음이 더욱 격렬해졌다. 일행은 다시 밖으로 향했다.
6명은 피난 경로를 지나, 무사히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3m는 되어보이는 외호의 내측과 이어진 통로와 계단을 지나, 드듸어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나오자, 바다 냄새가 나는 차가운 바람이 외딴 성에 격렬하게 불고 있었다.
아빠, 하고 메리가 갑자기 외쳤다.
30m 앞에서 입구의 문앞에 한 남자가 서 있어, 그도 이쪽을 눈치챈 모양이다.
"메리, 무사했구나. 정말 다행이야. 안심하려무나. 엄마도 무사하시단다."
메리의 부친 제임스는, 숲의 북쪽에 있는 노스 레인즈라는 시골 마을에서 딸을 찾는 조사를 하던 중 주민들의 행동에서 이상한 변화를 느낀 모양이다. 황급히 허둥대며 주민들에게서 얻은 약간의 정보와 심상치 않은 지진을 토대로 조직의 본부에 도착한 그는 무사히 딸과 재회할 수 있었다.
"이제 곧 이 건물은 무너지겠군. 주위의 토지도 무사하진 못하겠지."
제임스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면 좋을까요?"
백의의 여자의 질문에 그는 흔쾌히 배의 위치를 알려줬다.
"20m 정도의 정벽 아래에 배가 있었네. 조금 위험하겠지만, 절벽의 길을 따라가면 도착할 수 있을걸세."
지면의 진동이 모두의 표정을 더욱 긴장시켰다.
그때, 존이 손을 들고 외쳤다.
"시간이 없어! 내가 먼저 가서 장애물을 제거하겠어. 다들 날 따라와줘!!"
화산 분화 중에 떨어지는 운석과도 같이, 금속 파편과 콘크리트 덩어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금방이야! 힘내!"
그 후, 제임스를 포함한 7명은 어떻게든 배에 올라탈 수 있었다.
존은 큰 어려움없이 배를 운전해, 그들은 붕괴하는 콘크리트 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건물 안에서 이런 걸 찾았어."
메리는 [피실험자 리스트]를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조직의 중심부에서 입수한 피실험자 리스트에는 모든 피실험자들의 개인 정보와 수용 장소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많은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겠지.
그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이 [사이코스러운 탈출] 게임의 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구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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